This review may contain spoilers. I can handle the truth.
nosliw’s review published on Letterbo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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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판 재관람
<그것>의 성공으로 스티븐 킹의 또 다른 작품 <닥터 슬립>도 제작에 들어갔다. 큐브릭의 <샤이닝>과 스티븐 킹의 <닥터슬립>의 가교 역활을 할 감독은 마이크 플래너건이다. 영화는 대니의 유년기를 스쳐 보여준 뒤 성인이 된 대니와 강한 샤이닝 능력을 가지고 있는 아브라 그리고 이를 쫓는 집단 트루 낫간의 대결을 다루고 있다.
성인이 된 대니는 여전히 본인의 샤이닝 능력과 유년기 기억으로 고통받으며 도피하는 삶을 살다가 한 지역에 정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호스티스의 직원으로 일하게 된다. 묘지가 죽음이 모인 장소라면 호스피스는 죽음과 가장 가까운 장소인데 대니는 이곳에서 일명 '닥터 슬립'으로 불리며 죽어가는 이들의 마지막을 지켜본다. 그는 샤이닝을 통해 죽기 직전에 느낄 공포를 잊게 해주고 마지막에 떠올리고 싶을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가끔 그는 이런 능력에 회의를 갖지만 한 환자에게 이 곳이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이란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대니의 삶에 아브라가 찾아온다. 아브라는 대니보다 더 강한 샤이닝 능력이 있고, 우연히 트루 낫의 끔찍한 살해 현장을 샤이닝을 통해 보게된 뒤 대니에게 도움을 청한다.
아브라를 쫓는 트루 낫은 짐승과도 같다. 그들은 산자도 죽은 자도 아니며 늘 굶주린 존재로써 샤이닝 능력을 쓰는 특별한 이들을 먹이로 삼고 사냥한다. 이전 시대에 비해 외출이 적은 요즘 세대엔 트루 낫도 사냥이 쉽지가 않다. 먹이는 부족하고 노년의 트루 낫은 굶어죽는다. 인간이나 여러 시대를 살아온 트루 낫이나 죽음의 공포는 쉽게 떨쳐낼 수 없는 것인지 노년의 트루 낫은 공포에 질린채 죽어가고 남은 트루 낫들은 그의 스팀을 먹는다. 이 곳엔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만들어주는 대니는 없다. 야생에는 야생의 법칙이 있고 죽은 이의 스팀은 굶주린 트루 낫의 먹이가 된다. 짙은 안개가 낀 어느 밤, 버려진 에탄올 공장 앞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비친 이들의 실루엣은 맹수 무리나 뱀파이어 무리들처럼 보인다.
극장판과 달리 감독판은 여러개의 챕터로 이뤄져있는데 마지막 챕터인 잊혀진 오버룩 호텔 챕터는 스티븐 킹의 <닥터 슬립>과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의 두 세계가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챕터다. 플래너건은 이 챕터에서 큐브릭의 <샤이닝>을 오마쥬하며 헌사를 보내고, 속편으로써 제 역활을 수행한다. 이 챕터의 편집은 오버룩 호텔이 살아있는 곳임을 강조하듯 숨쉬는 듯한 리듬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힐 하우스의 유령>에서 저택을 잘 활용한 경험을 살려 이번에도 로즈와 대니가 부딪히는 계단 씬이나 아브라가 대니에게 쫓기는 씬같은 인상적인 부분을 만들어내며 기대에 부흥한다.
얼어붙었던 오버룩 호텔은 후속작에 이르러서야 활활 불타버린다. 불타는 보일러 실에서 대니는 호스피스에서 죽음을 맞이하던 노인들처럼 죽기 전 마지막으로 자신의 시선을 피하지 않는 엄마를 보게 된다. 대니는 그 노인들과 달리 죽음이 끝이 아니란 것을 알기에 공포에 질린 모습보단 편안한 모습이다. 유령이 된 대니는 어릴적 찾아온 딕이 벤치에서 말한것처럼 아브라에게 여전히 세상은 굶주리고 어두운 곳이지만 맞서서 더 밝게 빛을 내라며 조언한다.
영화 곳곳엔 스탠리 큐브릭과 스티븐 킹 세계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심한 흔적들이 보인다. 큐브릭의 <샤이닝>에 억눌리지 않고 단순 오마쥬보단 속편과의 연결에 디테일을 살리려는 플래너건의 연출은 인상적이다. 또한 감독 못지 않게 인상적인건 마이클 피모그나리의 촬영이다. 플래너건과 여러 작품을 같이하고 <힐 하우스의 유령>에서 멋진 촬영을 보여준 그는 이 작품에서도 어둠 속에서 자동차 헤드라이트로 트루 낫이 아이를 잡아먹는 씬을 멋진 실루엣으로 담아내는등 인상적인 샷을 만들어냈다.